지성, 35초만에 어시스트… 중원 완벽지배

입력 2011-05-09 18:00

‘숨은 영웅(Unsung hero) 박지성.’

영국언론들은 9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0∼2011시즌 정규리그 3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 전에서 보인 박지성(30)의 활약을 이렇게 표현했다. BBC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영웅이 많지만 ‘숨은 영웅’ 박지성은 지치지 않는 헌신으로 첼시 미드필드 라인의 평화를 깨버렸다”며 “끊임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엄청난 에너지를 앞세워 첼시 선수들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와 함께 팀 내에서 세 번째인 평점 7점을 줬다. BBC와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을 주간 베스트11 격인 ‘팀 오브 더 위크’의 왼쪽 미드필더로 뽑기도 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더 선’은 박지성에게 평점 8점을 주면서 이 경기 스타 맨으로 뽑았고 ‘데일리 메일’도 박지성에게만 유일하게 평점 9점을 주면서 경기 MVP로 선정했다.

언론의 평가처럼 이날 박지성의 활약은 눈부셨다.

사실상의 우승 결정전으로 불렸던 경기에서 박지성은 35초 만에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시작부터 빛을 발했다.

‘강팀 킬러’ 박지성은 미드필드 중앙에서 골 지역으로 전진하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보고 오른발로 예리한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첼시 수비벽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킬 패스였다.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에르난데스는 골키퍼 페테르 체흐와 마주한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로 연결했다.

박지성의 시즌 5호 도움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7골을 합쳐 공격 포인트 12개를 기록한 박지성은 이로써 지난해 이청용(5골8도움·볼턴)이 작성한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에도 단 1개차로 다가섰다.

박지성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좌우 측면 플레이는 물론 특유의 광폭 움직임으로 첼시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지성은 태클 12개를 시도했는데 이중 무려 8개나 성공시켰다. 활동 반경이 그라운드 전역이나 다름없을 정도여서 그가 왜 ‘산소 탱크’로 불리는 지 입증한 한판이었다.

맨유는 에르난데스의 선제골에 이어 전반 23분 내마냐 비디치의 결승골에 힘입어 ‘라이벌’ 첼시를 2대1로 꺾고 사상 최다인 통산 19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22승10무4패(승점 76)가 된 맨유는 2위 첼시(21승7무8패·승점 70)와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도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