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직 사퇴… ‘보수 재결집’ 승부수 띄우기

입력 2011-05-09 18:22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9일 ‘당의 변화’를 강조하며 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한나라당에 이어 선진당도 쇄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보수 정당들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당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우리 당이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생존의 갈림길이 될 것이고 그 변화를 위해 나를 묻어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27 재·보궐선거 이후 ‘여권발 쇄신풍’으로 정국이 요동치자 당내에선 “이대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었고, 이런 위기감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가 전격 사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가 “지금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며 “우리 당도 이 시대의 변화를 직시해야 하며,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도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내려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쇄신안에 대해 이 대표는 “폐쇄된 지역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후보자의 하향식 공천을 폐하고 국민경선제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의 진로와 관련해 “선진당 출범 시 손을 잡았던 세력들은 다시 한번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대평 대표의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 노력에 적극 나설 뜻임을 시사한 것이다.

선진당 내부에서는 한나라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 기류가 분명하지만, 이 대표는 “정치상황이 소용돌이치는 상황이 올 때 우리 당이나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지금 당장 그림을 그릴 만한 정도가 못된다”고 언급, 그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특히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들이 살아남기 위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연대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보수대연합을 주장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해 “보수대연합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실제로 물밑에선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재합당설 외에도 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의 제휴설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차점자가 대표직을 대행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선진당 신임 대표는 변웅전 최고위원이 맡게 됐다. 변 신임 대표는 “하향식 공천의 시대는 지났다. 국민경선이 시대에 맞는 정치”라고 언급해 공천제도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