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주류 지도부 정부 정책에 ‘반기’… 감세 철회·전월세 상한제 주장
입력 2011-05-09 22:04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단의 정책 역주행이 심상치 않다. 비주류 소장파의 지원으로 지난 6일 당선된 황우여 원내대표의 취임 후 일성은 ‘감세정책 철회’였다. 감세를 통한 성장을 추진해 온 MB정권의 경제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새 지도부는 그동안 정부와 기존 여당 지도부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복지 논쟁에도 뛰어들었다. 황 원내대표는 감세 철회로 얻게 되는 예산과 세계잉여금 등으로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문제 지원 등에 쓸 것이라고 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도입 등을 요구했던 야당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까지 언급했다. 인위적인 가격제한에 반대했던 기존 한나라당 입장과 역시 배치된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 참여 문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 정책의 급작스런 변화를 바라보는 당내 시각도 복잡다단하다.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적극적 지지를 보내는 그룹도 있지만, 당 정체성 문제를 걱정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감세논쟁은 임기말 정부와 여당 간 정책 주도권 다툼의 승자를 결정짓는 핵심 사안이 될 전망이다. 그간 정부와 청와대는 ‘감세는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이라며 감세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MB정부에서 처음 당권을 장악한 비주류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이 이전 지도부처럼 청와대발 상명하복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두언 의원은 이미 지난 4일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중립의원 등 20명이 법안 발의에 서명해 당내 공감대도 확인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친박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에 찬성한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 한 핵심 당직자는 “감세는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당론이고, 시장기능에 반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는 반대 의견이 많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부자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현재 이미지를 바꾸지 않는 한 내년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당 정책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