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主流 독주의 불통 정치 청산해야

입력 2011-05-09 17:58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한나라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이라기보다 당권을 놓고 계파 간 험악한 이전투구를 벌이는 ‘패거리’로밖에 안 보인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친이계’ 주류가 당헌과 관행을 무시하고 자파 위주로, 그것도 참신하지 못한 인물들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것부터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주었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9일 당헌 당규에 따라 자신이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맡고 물러난 안상수 대표를 제외한 기존 최고위원들이 당무를, 새로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쇄신과 차기 전당대회 준비를 맡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을 모두 물러나라는 것은 당을 마비시키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황 원내대표의 말이 옳다. 한나라당 당헌에 명시적으로 “당 대표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이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을 때도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7인 비대위가 구성됐었다. 당시에는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했으나 황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안상수 전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회가 통상적인 당무를, 비대위가 당 안팎이 요구하는 당 쇄신책 마련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보수의 축인 한나라당이 지리멸렬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조직이건 갈등은 상존한다. 다만 발전적이냐 소모적이냐의 차이다. 현재 소장파를 비롯해 당내 다수가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는 맞다. 다만 국민들에게 탐욕스런 당권 경쟁으로 비치는 게 문제다. 정자정야(政者正也)라 했고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사술(詐術)을 배제하고 정정당당하게 순리를 따라야 한다. 주류 독주의 불통 정치를 청산하고 청와대 우위의 당·정·청 관계를 개선해 의회 중심의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