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반도체 협공’에 삼성 ‘방어’ 부심

입력 2011-05-08 19:25


세계 반도체 업계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가 협공을 당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엘피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20나노급 미세 공정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양산 시점이 관건”이라며 일단 두고 보자는 입장이지만 내심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20나노급 경쟁이 불붙은 상태다. 20나노급 반도체란 반도체를 구성하는 회로 선 폭을 20나노미터(10억분의 1m) 굵기로 설계한 반도체를 말한다.

세계 3위의 D램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지난 2일 25나노 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엘피다는 25나노 공정 D램의 양산 시점을 7월로 계획하고 있다.

뒤이어 인텔은 지난 5일 22나노 공정의 비메모리 반도체인 ‘아이비 브릿지’를 개발해 시연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아이비 브릿지는 인텔이 개발하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특히 인텔의 기술이 세계 최초의 3차원(3D) 입체 방식이라는 점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인텔은 PC C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PC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모바일 시장 진입에는 실패해 왔다.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저전력·소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시장에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3D 기술을 적용한 22나노급 비메모리 반도체가 양산에 들어갈 경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나노급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을 끝낸 20나노 D램의 양산 시점을 당초 연내에서 이르면 8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의 3D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는 “3D 기술에서는 삼성이 최초 개척자로 이미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했고, 반도체 기술이 좀 더 정밀해질 때 도입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내심 긴장하지만 크게 신경 쓸 것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 간의 경쟁 구도 속에 중요한 변수는 바로 애플이다. 특허 맞소송 사태로 번진 애플과 삼성전자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애플이 주요 부품 거래처를 다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P와 메모리 등 애플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다. 외신에서는 애플이 AP 분야에서는 인텔, 메모리 분야에서는 엘피다 등과 손잡을 것이라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물론 인텔이 AP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저전력과 초소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인텔의 3D 기술로도 저전력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AP의 크기를 줄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의 ‘반 삼성 연합군’ 결성이 시간의 문제지 결국 실현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