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국경의 벽은 없었다… 나섬교회 서남어권 예배팀 주최 ‘체육대회+예배’
입력 2011-05-08 20:13
“함 이슈세 삐야르 까르떼 해(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8일 오후 서울 광장동 나섬교회(유해근 목사) 지하 2층 대예배실 150여석이 인도와 파키스탄인으로 가득 찼다. 15년간 외국인 선교를 해 온 교회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물론 이 중 크리스천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인도어(힌디·펀자브) 찬양에 발장단을 맞추고 설교를 듣는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싱글벙글이었다. 이 시간만큼은 외국인, 타종교인이라는 이질감을 잊은 듯했다.
이날은 나섬교회의 서남어권 예배팀이 올해로 6회째 개최한 ‘봄맞이 문화축제’일이다. 한국인이 아닌 인도인들이 기획하고 주최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오전에는 교회와 맞닿은 광장중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크리켓 경기는 인도 2팀, 파키스탄 1팀이 풀리그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파키스탄팀이 우승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스포츠 중에서 크리켓에 가장 열광한다. 특히 앙숙지간인 두 나라가 맞붙는 날이면 국민들은 일도 쉬고 경기를 시청한다. 인도인 나브라지 씽(32)씨는 “고향에서는 파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지면 TV를 부수곤 했다”면서도 이번 결과에는 흡족한 표정이다. 예배팀 리더인 판카즈 카피라(31) 전도사는 남몰래 회심의 미소까지 지었다. 그 이유는 파키스탄팀이 우승 트로피와 상품을 받으려면 오후 예배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수 무슬림’인 파키스탄인들은 문화 행사에는 즐겨 참여하면서도 예배라면 손사래를 쳐 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행사에 ‘전도 축제’ 성격을 더했기 때문에 주최 측은 특히 경기 결과에 만족스러워했다. 이어진 줄다리기는 무승부, 이어달리기는 인도팀 승리를 기록해 모두 기분 좋게 인도식 뷔페로 점심을 먹고 예배에 참석했다.
파키스탄인 미투 알리(30)씨는 스스로를 ‘무슬림’이라고 밝히면서도 예배당으로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다 친구니까 상관없어요. 또 어차피 좋은 얘기 듣는 거잖아요.”
예배에 이어 서남어권 전통 춤 공연이 열리자 예배당이 떠나갈 만큼의 박수와 웃음소리가 넘쳐 나왔다.
2000년 시작된 서남어권 예배의 평균 인원은 10명 남짓. 3명이 지난해 세례를 받았다. 그중 다빈너 씽(32)씨는 “예수를 믿고 생활이 180도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 전에는 오직 돈을 번다는 목적과 술 마시고 도박하는 일상뿐이었다면 이제는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이웃에게 예수를 전하겠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 고향을 떠나 온 10여년 전에는 아랍인의 외모를 한 자신을 ‘위험한 사람’으로 보는 듯한 눈초리에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판카즈 전도사님이 그랬어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라고요. 그러면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요.”
제조업에 종사하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나와 2006년부터 사역 중인 판카즈 전도사는 “전도하기 전에 친구가 된다” “기독교가 아닌 예수를 전한다”는 철학으로 사역을 하니 서서히 결실이 맺히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와 있는 이 사람들은 돌아가면 지역에 큰 영향을 끼칠 사람들이에요. 이들에게 전도할 수 있는 한국은 축복의 땅, 기회의 땅이지요.”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