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대표 퇴임회견 “MB 소통 부족… 정부, 黨 말 들어야” 작심발언
입력 2011-05-08 21:41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집권당 수장 자리에 오른 지 10개월 만이다.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을 꺾으며 친이명박계 핵심으로 등장했던 안 대표는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모습으로 무대에서 물러났다. 재임 기간 ‘행불상수’ ‘보온상수’ ‘자연산 발언’ 등으로 잇따라 구설에 오르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회견에서 회한을 드러냈다. 그는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리가 집단지도체제여서 제가 대표지만, 9명 가운데 1명이다. (지도부) 모두 1표씩 권한을 갖고 있어 소신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울분을 터뜨렸다. 안 대표는 “정부에 정말 분노를 느끼고 있다.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민심 현장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정부가 깎았다. 정말 견딜 수 없는 순간이었다”며 “앞으로 정부가 정신 차리고, 당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안 대표는 “정부 독주로 끝나면 우리 당은 다음 선거에서 또 힘들어진다”면서 “문제는 정부의 정무적 기능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로서 마지막 자리여서인지 안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저희(한나라당)도 계속 건의해 왔는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설득이 부족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재차 강조한 뒤 “국민 소통과 설득을 위해 더 많은 시간, 정성을 쏟아주실 것을 퇴임하면서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지쳤다. 몇 년째 새벽 5시에 일어나려니 정말 힘들었다”면서 “충분히 휴가를 다녀온 뒤 지역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