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美정부, 확보 동영상 5점 공개 “알카에다 실질적 지도자… 은신처 테러 지휘센터”

입력 2011-05-09 01:15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당시 은신처에서 확보한 동영상 5점을 공개했다. 정보 당국은 확보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빈 라덴이 알카에다의 실질적 지도자였고,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후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공개된 동영상에는 빈 라덴이 방바닥에 앉아 담요를 두르고 자신이 나오는 TV 뉴스를 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회색 수염을 기른 다소 초췌한 모습의 그는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바꿔가며 주의깊게 미디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듯했다.

수염을 염색하고 깔끔하게 다듬은 채 ‘미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지난해 10~11월쯤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빈 라덴이 정면을 응시하며 성명을 읽는 듯한 모습이다. 나머지 동영상은 그가 녹화하기에 앞서 연습하는 모습 등이다. 동영상들은 모두 소리가 삭제된 채 공개됐다. 녹화 장소는 허름한 방이었으며, TV와 컴퓨터만 보일 뿐 다른 가구는 보이지 않았고, 창문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고위 관리는 “빈 라덴의 은신처가 알카에다의 실제 지휘센터였고, 그가 테러공격 계획 수립과 전술적 결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빈 라덴이 명목상 지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입수한 자료가 작은 대학도서관 분량 정도”라며 “이는 단일 테러리스트 관련 현장에서 확보한 최대 규모의 정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는 전화번호나 알카에다 조직 관련 내용이 많아 대테러 수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보국(CIA)은 전문가 수백명을 투입해 자료들을 정밀 분석 중이다.

다른 정보 당국자는 알카에다 2인자인 알 자와히리의 내부 위상이 그다지 확고하지 못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알카에다가 빈 라덴 사망을 공식 확인했으나 새로운 지도자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아직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알 자와히리가 계승자로 추정되지만 조직 내부적으로 인기가 없다”며 “확실한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알 자와히리는 알카에다를 이끌 만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너무 세부적인 부분에 집착한다는 내부 비판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현재 파키스탄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은신처에 함께 있던 빈 라덴의 아내 3명에 대한 접근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파키스탄 측에 이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당국은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 라덴이 아내 3명, 자녀 12명과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백악관은 6일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5월 1일 밤)의 상황실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가볍게 포옹하고, 리언 파네타 CIA 국장과 악수하면서 “귀하가 매우 자랑스럽다. CIA 요원들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치켜세웠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