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방문 폭파하자 얼굴 내밀어 네이비실 요원 첫 사격 빗나가

입력 2011-05-08 18:58

미국 해군특전지원단(네이비실) 요원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향해 쏜 첫 발은 빗나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재구성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 새벽 1시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주택가의 한 건물 마당.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요원 24명이 블랙호크 헬기 2대에서 내렸다. 헬기 1대는 건물 지붕에 착륙할 계획이었으나 난기류로 두 대 모두 마당에 내렸다. 통역 1명과 폭발물 탐지견 한 마리가 이들을 따랐다.

요원 한 팀이 주 건물 옆 게스트하우스로 다가가자 상대편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요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교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기를 지닌 상대는 한 사람이었다. 사살된 자는 빈 라덴의 연락책인 아부 아흐메드 알 쿠웨이티였다.

네이비실 요원들은 주 건물 1층에서 남성 한 명을 더 살해했다. 알 쿠웨이티의 형제였다. 누군가 요원들을 향해 계단을 뛰어내려오다 총에 맞고 쓰러졌다. 빈 라덴의 아들 칼리드(20)였다. 네 번째 사망자는 쿠웨이티 형제 중 한 사람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 다른 남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3층 복도로 진입하는 문은 잠겨 있었다. 요원들이 문을 폭파시키자 방 하나에서 연기 속으로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다. 빈 라덴이었다. 그를 향해 쏜 첫 총알은 빗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색스비 챔블리스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다.

빈 라덴은 가슴과 왼쪽 눈 윗부분에 한 발씩 2발을 맞고 쓰러졌다. 빈 라덴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키가 6피트(약 183㎝)인 요원이 그 옆에 누웠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6000만 달러짜리 헬기가 투입된 작전인데 줄자 하나 살 돈이 없었느냐”고 농담했다.

요원들은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을 찍어 본국에 보냈다. 작전에 소요된 시간은 연습 때보다 8분이 더 걸린 38분이었다.

미 NBC방송은 “요원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수집하는 데 대부분 시간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