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억울하지만 내가 ‘낙하산 감사’ 속죄양 됐으면”
입력 2011-05-08 18:50
신한銀 감사직 사퇴한 이석근 前 금감원 부원장보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감사’ 논란으로 최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사퇴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내가 이번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고 8일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지난 4일에는 한숨도 못 잤다”면서 “아쉬움보다는 억울함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낙하산 감사’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근 그의 취업제한요건 확인 심사를 보류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음에도 보완 자료가 필요하다며 갑자기 심사를 보류한 건 일종의 ‘시그널’이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행정안전부에 금감원이 보완자료를 제출하는 시한은 9일까지였다”면서 “금감원은 자료 제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자료가 넘어오면 이를 심사해야 하는 행안부도 마찬가지였을거다. 내가 그만둬야 난감한 상황이 해결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이미 신한은행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내정됐지만 감사추천제 폐지 방침이 소급 적용된 것”이라며 “친구들로부터 ‘웬만하면 국민정서를 감안해 처신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낙하산 감사 관행에 대해선 “현행법상 금융회사 출신자는 감사로 선임될 수 없다 보니 금감원 직원이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부작용이 많은 감사추천제를 폐지한 것은 옳지만 덮어놓고 금감원 출신은 감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도 최근 금융감독청 직원의 재취업 규제를 풀었다”면서 “금감원 출신을 무조건 배제하면 오히려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남은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출신감사 대부분은 공개경쟁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고 해도 (사퇴 요구는) 너무하다”고 억울해했다.
금감원의 잇단 비리에 대해선 “임직원의 청렴도 관리에 소홀했고 비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질책받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부 직원의 문제로 금감원이 ‘비리집단’처럼 비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