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반달곰도 ‘어질어질’… 추워진 춘사월 전보다 19일 늦게 피고 일주일 늦게 깨고

입력 2011-05-08 22:21

예년보다 추운 3월과 4월이 이어지면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동면에서 평년보다 1주일 이상 늦게 깨어났고, 철새들은 흑산도를 열흘가량 지각 방문했다. 봄꽃은 근년 들어 가장 늦게 피었다.

8일 기상청,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4월 이상저온이 2년째 계속되면서 생태계가 이런 저런 부적응증을 겪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기온은 서울이 10.7도로 1981~2010년의 30년 평균값인 12.5도보다 1.8도 낮았다. 대전의 4월 평균기온도 11.6도로 평년 13.0도보다 1.4도 떨어졌다. 전국 평균은 11.09도로 30년 평균기온 11.99도보다 0.9도 내려갔다. 2010년 4월은 9.71도로 올해보다 더 낮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나공주 자원보전처장은 “올해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서 늦게 깨어나 종복원센터가 전체 곰의 활동재개 시기를 처음으로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단 생태복원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4월 15일쯤 전체 개체의 90%가 깨어나 늦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4월 20일에야 전체 동면종료 상황을 파악했다”면서 “곰이 동면에서 깨어난 날짜는 15~18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종복원센터가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26마리를 2004년부터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은 3월 말에서 4월 초 동면에서 깨어났다. 센터 측은 “지난달 15일에는 전체 반달가슴곰의 40%가 동면에서 깨어났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년 한반도를 찾는 철새도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늦었다. 공단 철새연구센터 채희영 박사는 “제비가 보름 가까이 늦게 오는 등 올해 철새들이 대체적으로 많이 늦었다”고 말했다. 제비는 2009년 3월 10일, 2010년 3월 20일에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달 2일에야 흑산도에 날아왔다. 되새는 2009년 3월 28일, 2010년 3월 29일에 처음 관측됐지만 올해는 지난달 16일에야 찾아왔다.

기상청은 올해 벚꽃 개화시기 전망을 발표하면서 예상 일자를 늦춰야 했다. 서울은 1차 예보 때 4월 9일이었으나 2차 예보에서 11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벚꽃은 13일에야 피었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에서는 봄꽃 개화시기가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9일(생강나무)에서 19일(진달래)이나 늦어졌다. 산수유는 과거 10년간보다 15일 늦은 3월 30일, 개나리는 18일 늦은 4월 4일, 진달래는 4월 11일에야 꽃이 피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낮았던 지난해 봄 산수유와 개나리가 모두 3월 26일, 진달래가 4월 2일 개화했던 것보다도 더 늦었다. 산림생태과 김선희 박사는 “지난해 4월은 올해보다 더 추웠지만 3월 한때 기온이 높아져 개화시기가 크게 늦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홍릉수목원에서는 가장 따뜻한 곳에 심어진 호랑가시나무와 붉가시나무 등 난대성 수종이 최근 동해(冬害)로 고사했다. 땅이 해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잎들이 증발산을 하면서 수분을 빨아올려 땅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줄기가 말라죽은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온난화 추세가 변한 것은 아니다. 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신준환 박사는 “기후변화는 온난화뿐 아니라 기상이변 증가와 겨울철 추위의 진폭이 커지는 것 같은 통계상 극단적 수치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기후변화에 천차만별로 반응하는 동식물의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그들 간의 차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