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요동치는 한나라, 권력지형 어떻게…이젠 당권, ‘60일 전쟁’ 돌입

입력 2011-05-08 21:31

한나라당 권력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주류인 친이명박계가 급속히 위축·분화하고 있는 사이 친박근혜계와 중립 성향 소장파 연대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주류-비주류의 교체 여부는 오는 6월말∼7월초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주류인 황우여 원내대표를 탄생시킨 친박·소장파가 친이계 주류인 이재오계와 당권을 놓고 마지막 힘겨루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와 소장파들은 당 쇄신을 고리로 연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 시기가 내년 총선까지일지, 전대까지일지 관측은 엇갈린다. 일단 양측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새로 꾸려질 원내대표단에서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수순이다. 이들은 8일 지난 7일 구성된 비대위에 대해 “주류 위주로 구성됐고, 전대 준비로 비대위 역할을 규정한 것은 문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위력이 확인된 ‘박근혜 대세론’은 전대를 앞두고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당 대표 후보들이 이른바 ‘박심(朴心)’을 얻기 위해 경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전대에 직접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현재로선 ‘박심’의 향배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선 소장파들이 미는 ‘수도권 젊은 대표론’에 박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 전 대표가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중간층 표를 가져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장 개혁파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소장파가 내세운 후보를 적극 지원할 개연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굳이 젊은 대표를 내세워 힘을 분산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립 성향의 무난한 인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를 양분해 온 이상득계의 이탈로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하는 등 정치적으로 크게 위축된 이재오계는 정치 관련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등 당분간 ‘자숙 모드’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당대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때와 같은 ‘이재오 대 반(反)이재오’ 구도가 다시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전면에 부각되지 않고 분열된 친이계를 다시 뭉치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오계 한 의원은 “지금은 계파를 초월해 비대위를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당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이재오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때는 분리됐던 친이계가 이명박 대통령 의중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다시 결집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는 이 장관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띄우는 방식으로 ‘반(反)박’의 구심점 역할을 함으로써 친이계 세력을 규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분화되고 있는 친이계가 다시 예전처럼 뭉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 친이계 한 의원은 “이번에 이상득계가 대거 이재오 장관 반대편에 섬에 따라 이재오계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라며 “이상득계와 이재오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