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공기업까지 낙하산 인사로 뒤덮나

입력 2011-05-08 17:34

인천교통공사가 853억원을 들여 설치한 월미은하레일은 2009년 7월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지금도 방치돼 있다. 시험 운전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시민검증위원회가 조사하고 있지만 철거될 공산이 크다. 철거비만 3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월미은하레일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의 주먹구구식 사업 선정과 무리한 추진 실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에 속한다. 선심 공약을 남발한 지자체장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데도 지방공사가 그대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지방공사의 경영 위기는 지자체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사업 실패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무능한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의 눈치를 보는 퇴직 공무원이 지방 공기업·공단의 최고위 자리를 독차지하면 월미은하레일 사업처럼 경영부실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 가운데 공석인 곳 등을 제외하고 127곳 중 95곳(74.8%)의 사장이나 이사장이 지방 공무원 또는 정치인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지방 공단 이사장의 경우 퇴직 공무원과 정치인이 77곳 가운데 70곳(90.9%)을 차지했다.

경영을 모르는 정치인이나 지자체장과 유착 관계인 공무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갈 경우 지방 공기업과 공단이 제 역할을 할 리가 만무하다. 이는 대통령이 대선 때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함량 미달의 인사들을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로 내려보내면서 불거지는 문제와 비슷하다.

이런 적폐를 해소하려면 지방 공기업 대표 등의 임면 과정을 쇄신해야 한다. 현재는 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지자체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추천 과정이 요식적 행위에 불과하다.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임명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하자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해 줄 필요도 있다. 지자체장이 맘만 먹으면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지방 공기업과 공단의 경영 자율화는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