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원주캠퍼스 믿음으로 이끄는 한기수 부총장 “대학은 세상보다 깨끗해야” 축제 주점 STOP!

입력 2011-05-08 20:11


3년째 술 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과 주점 없는 축제를 열어오고 있는 대학, 교수의 3분의 1이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대학, 신입생 전원이 봉사활동을 하며,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강의들을 두루 갖춘 대학. 언뜻 신학교가 아닐까 싶지만 연세대학교 원주(매지·일산) 캠퍼스에 대한 설명이다. 이곳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엄격하게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데에는 ‘캠퍼스 목회’를 평생 소명으로 여겨 온 한기수 연세대 부총장(58·원주캠퍼스 총장·사랑의교회 장로)의 역할이 컸다.

봄빛이 화사하던 지난 4일, 원주 캠퍼스에서 한 부총장을 만났다. 아지랑이 피는 백운산과 치악산, 매지호수에 둘러싸인 캠퍼스와 최첨단 시설들을 직접 안내하는 그에게서는 강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주 캠퍼스가 의예과 분교에서 종합대학으로 전환된 1982년 경영학과 정교수로 부임, 올해로 30년째 이곳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데 매진해 온 것이다.

“그새 엄청나게 발전했지요. 건물만 많아진 게 아니라 설립 취지에 걸맞게 발전해 왔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한 부총장은 72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경영학과 3학년 때 회계사 시험에 합격, 석사를 마치고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스물아홉에 교수직을 택했다. 이는 학부 4학년 때 깨달은 소명 때문이었다.

“IVF(기독학생회) 활동을 하던 중 사랑의교회를 찾았다가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캠퍼스 목회가 내 평생 소명이 됐지요.”

그는 오자마자 학생 성경공부 모임부터 만들었다. 두세 명으로 시작된 모임은 3년여 만에 20명으로 불어났다. IVF 정식 지부로 전환시킨 뒤에는 인원이 최고 150여명에 이르렀다. 91년에는 교수들을 위한 성경공부 그룹도 시작했다. 5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현재 8개팀, 60여명으로 확대됐다.

90년대 말부터 5년여간은 ‘기업 경영과 성경적 원리’ 강의를 경영학과 선택과목으로 개설해 직접 강의하기도 했다. “학문적으로도 그리스도의 주인 되심을 증거하고 싶었다”는 이유다.

그는 95년 기획처장을 맡자 “하나님이 세우신 이 학교를 기독교 대학으로 바꿔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2003년까지 세 차례 총 6년간 기획처장직을 지내며 한 대표적인 일로는 신입생 전원을 가나안농군학교에 2박3일간 입소시키고, 봉사활동을 의무화한 것 등이다. 기독교적 섬김과 봉사를 가르치려는 취지였다.

2008년 부총장 취임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캠퍼스 문화 변혁’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2009년 신입생 OT부터 음주를 전면 금지했다. 처음엔 총학생회 반발이 심했지만 3박4일의 행사가 끝나자 “오히려 좋았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다음은 ‘주점 없는 축제’였다. “2008년 축제 때 세어보니 캠퍼스 내 주점이 42곳에 달했어요. 세상보다 깨끗하지는 못할망정 더 방탕하다면 대학이 아니라는 생각에 주점 금지를 결심했지요.”

이때가 그의 부총장직 수행 중 최대 고비였다. 5월 셋째 주가 축제인데 4월 말까지도 학생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것이다. 학생 대표들과 수십 차례 회의를 하고, 400여명을 모아 토론도 벌였지만 진척이 없자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 “이러다가 축제를 망치면 어쩌나”라는 고민이 극에 달했던 날 아침, 그는 큐티를 하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하리니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이심이로다”(시 60:12)라는 말씀을 읽고 확신을 얻었다.

이후 더 강경하게 밀어붙이자 이틀 만에 학생들이 주점 없는 축제를 수용했다. 그렇게 두 번의 축제를 치른 교내 반응은 “학생 전반의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긍정 일변도였다. 곧 돌아오는 올해 축제에는 독거노인 무료 치료, 장애인 마라톤 등 섬김과 나눔의 행사도 벌이기로 했다.

이밖에도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발전안과 포부가 끝이 없다. 그런데 그가 부총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 일들이 이어질까. 그는 낙관적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미 우리 학교 전반에 깔려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갈수록 냉소적이 돼 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오직 학교의 구성원 개개인이 신앙 앞에 바로 서는 것만이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원주=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