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이가 달아주던 카네이션 생생한데…” 천안함 희생자 부모들 눈물만 뚝뚝
입력 2011-05-06 18:39
“예전에는 아들 현민이가 편지도 써주고 카네이션도 달아줬는데 이제는 못 하네요. 다른 부모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즐겁겠지만 저희에겐 악몽이에요. 우리에겐 어버이날이 없는 셈입니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희생된 고(故)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2)씨는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이제 현민이가 꽃 달아주던 그날을 잊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씨를 비롯한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가족들은 사건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난 뒤 다시 찾아온 어버이날을 맞아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고 심영빈 중사의 아버지 심대일(61)씨는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아들이 보고 싶어 심 하사가 안장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다녀왔다. 심씨는 “어버이날에 가족이 모일지는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 조지훈 상병의 어머니 정혜숙(49)씨는 “아들이 천국에 살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살고 있는데 어버이날처럼 특별한 날이 오면 예전 생각이 날 것 같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폭침 이후 농사일을 접은 고 이재민 하사의 아버지 이기섭(52)씨는 “벌써 1년이 지나 주위에선 잊고 사는 듯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재민이와 딸이 달아주던 카네이션을 올해는 대학생이 된 딸아이만 달아줄 것 같다”며 “부모 마음이 아플까봐 힘든 티를 안 내는 딸을 봐서라도 기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남은 가족의 위로로 5월을 견디고 있다. 고 안동엽 병장의 아버지 안시영(58)씨는 “엊그제 태릉의 딸네 집에 와서 어린 손주들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잊고 있다”고 했다.
고 정범구 병장의 가족들은 어머니 심복섭(49)씨를 위로하기 위해 8일 수원 집에 모이기로 했다. 정 상병의 이모부 송민석(48)씨는 “조카 7명이 다 모여 범구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