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의 노부모 20년 수발 직장도 그만두고 정성”

입력 2011-05-06 22:03


어버이날 국민훈장 목련장 받는 이민규

이민규(53)씨는 소문난 효자다.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장필례(79)씨의 병 수발을 들고 있고,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 이형태(83)씨가 20년 전부터 폐질환에 시달리자 치료에 매진했다. 8일 서울 화양동 자택에서 만난 이씨는 “집사람이 더 고생했는데…”라며 그간의 노고를 아내에게 돌렸다. 동네에선 “요새 보기 드문 효자, 효부”라고 칭송이 자자하다.

이씨는 “노모를 혼자 두고 집을 비울 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치매로 고생하는 노모는 집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다. 2008년 집 근처 동생 집을 찾아 나섰던 노모가 길을 잃어 가족들이 온 동네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아내 임현주(51)씨는 2007년 구강암, 2010년 폐암에 걸려 자신의 몸을 돌보기조차 힘들었는데도 시부모 수발을 들기 위해 조기 퇴원했다. 수술 후 임씨의 몸 상태는 호전된 상태지만 아직도 3개월에 한 번 꼴로 병원을 찾는다. 이씨는 “아버님과 어머님, 아내를 돌보다 보면 내 몸은 아플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설현장에서 파이프 설비 공사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씨는 수시로 집에 들어와 어머니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의 건설현장만 찾았다. 어머니를 두고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던 보험회사는 20년 전쯤 그만뒀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센 노모가 “차를 내오겠다”며 일어서자 이씨는 “제가 하겠다”며 말렸다. 이씨는 “고령이시라 거동이 많이 불편하시다”며 “젊으실 때 인공관절 수술을 못해 드린 게 아직까지 후회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한결같이 효행을 실천해 온 점을 인정받아 8일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훈장목련장을 받는다.

이씨 외에도 고령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어려운 사정을 늘 돌아본 김순금(98·여)씨는 목련장을 받는다. 30여년 간 불우노인시설, 지체장애인 시설 등 소외된 이웃에 지속적으로 후원한 김윤철(69)씨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다. 10년간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신 이숙연(66·여)씨는 석류장을 받는다. 이들 외에도 5명이 포장을, 16명이 대통령표창을, 20명이 국무총리표창을 받는 등 어버이날 유공자 169명이 훈·포장 및 표창을 수상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