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권도 대표 10년째 이끌고 있는 최영석 감독 “세계선수권 첫 금… 땀의 결실이죠”
입력 2011-05-06 18:37
“우리는 훈련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강훈을 거듭하면 훈련한 게 억울해서라도 투쟁심이 생깁니다.”
무예타이의 나라 태국이 태권도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37) 감독이 있다. 호랑이처럼 무섭게 선수들을 단련시킨다 해서 붙여진 별명은 ‘타이거’. 타이거 최는 태국에서 한국의 히딩크 이상 가는 저명인사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8개월 앞두고 태국팀을 맡은 그는 10년간 태국에 머무르며 태권도를 인기 종목으로 탈바꿈시켰다. 10년 전 5만명 정도로 추산되던 태권도 인구는 현재 100만명에 달할 정도가 됐다. 바로 그가 이끄는 태국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거둔 빛나는 성적 때문이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은메달 2개를 따냈고 그 뒤 두 차례 올림픽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잇달아 땄죠. 메달이 귀한 나라라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대단했죠.”
6일 폐막된 제20회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그동안 태국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번도 따내지 못한 금메달을 2개나 딴 것이다.
태국은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성가를 드높인 그에게 최고의 영예를 줬다. 2004년 왕실 훈장, 2007년부터 3년 연속 체육기자회 선정 최우수지도자상, 2009년 태국체육회 선정 최우수 지도자상, 지난해에는 최고의 영예인 씨암낄라 스포츠대상을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받았다.
“이제는 태국 사람들도 저를 태국인으로 인정해 줄 정도입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그는 지독한 가난 때문에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친구 따라 우연히 도장을 따라갔다가 시작한 태권도는 특기자로 성남 서중과 풍생고, 경원대를 졸업하는 밑거름이 됐다. 전국대회 1등은 해봤지만 대표선수로는 뛰지 못했던, 평범한 선수생활을 보낸 그는 2000년 바레인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중학교 다닐 때 전교 5등까지 했던 그는 운동 때문에 못 다한 공부를 계속해 태국 카세삿대학 체육학과 전임교수가 됐다. 태국정부는 최 감독이 감독 급여와 교수 급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법까지 개정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 한국의 부진에 대해 그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국이 잘해야 해외에 진출한 코치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남았습니다.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태국 선수들이 꼭 금메달을 따도록 선수들을 독려해야죠.” 부메랑이 돼 한국을 겨냥하고 있는 타이거 최의 눈매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경주=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