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친박계 위기감에 ‘주류 배제론’ 힘받았다
입력 2011-05-06 18:31
원내대표 경선 결과로 본 與 권력구도·전망
“4·27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여권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중립 성향인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러닝메이트인 이주영 의원과 함께 6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이명박계 주류 의원들을 꺾고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되자 정치권에선 이 같은 반응들이 쏟아졌다.
◇수도권·친박, 변화 선택=황 의원은 정견 발표에서 “내가 당선된다면 언론에서 ‘한나라당에 기적이 일어났다’ ‘한나라당이 화합과 변화를 선택했다’고 보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당 쇄신에 대한 그의 호소는 재보선 참패 이후 내년 총선 패배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수도권 의원들을 움직였다.
또 3년간 당을 운영해 온 주류에 대한 반감을 키워온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표심과 맞물리며 폭발력을 발휘했다. 당 관계자는 “1차 투표 때 황 의원이 받은 64표의 상당수는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표였고, 안경률 의원과 벌인 2차 결선 투표 때 얻은 90표는 수도권 표에다 1차에서 탈락한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대구·경북(TK) 지역 친박계 표가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류 대 비주류’ 구도로 치러진 이번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의 승리는 단순히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선 대부분 친이계로 수도권 출신 초·재선 의원들의 상당수가 ‘주류 배제’를 부르짖은 후보를 선택하면서 당내 ‘쇄신풍(風)’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주류 배제론에 따라 자신이 쇄신대상으로 몰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파의 틀을 깨고 변화를 선택했다”며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주류가 친박계나 중립 쪽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친이계 최대 모임 ‘함께 내일로’의 대표인 안 의원의 패배는 ‘정권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특임장관의 영향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안 의원에게 ‘이 장관의 아바타’라고 견제구를 날렸던 소장파들의 목소리에 친박계와 중립성향 의원들이 대거 공감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추진했던 개헌도 추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의원 역시 자신과 가까운 이병석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함에 따라 정치적 위상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게 됐다.
◇비대위 구성은=이번 경선은 9일로 예정된 비상대책위원장 및 비대위원 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비대위원장은 안상수 대표가 후보를 제안하고, 최고위원들의 의견들을 들어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당 안팎에서는 “비주류가 원내대표가 됐으니 주류 측에서 미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 측에서는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하지만 6월 말이나 7월 초에 열릴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안 대표가 일방적으로 선임할 경우 소장파 등 비주류 측이 원내대표 경선을 승리로 이끈 여세를 몰아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소장파 내부에선 외부 인사인 윤여준·박세일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감으로 거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과거 한나라당 개혁 프로그램과 보수가치 회복 운동을 주도했었다. 일각에선 중립 성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적격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