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금감원 출신 신한銀 감사 내정자 사의… ‘낙하산’ 줄줄이 접을까
입력 2011-05-06 22:46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6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해 대통령까지 비난하고 나서자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임 절차 등을 앞두고 있는 한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들이 줄줄이 자진사퇴 대열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원에서 진행 중인 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 과정을 중단하라는 의견을 보냈다. 해당 금융회사는 신한은행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신한생명 등이다. 대부분 금감원 출신 감사 연임을 확정하거나 신규 영입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이 전 부원장보를 감사에 내정하고 주주총회까지 마친 뒤 다음달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요건 확인 심사만 남겨뒀었다. 하지만 이 전 부원장보는 이날 금감원이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자 자진사퇴했다. 대신증권도 윤석남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을 감사로 영입하려 했으나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 3월 금감원 출신 감사 연임을 결정한 금융회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선임된 감사들에게 최근 분위기와 맞지 않으니 나가라고 하라니 황당하다”며 “우리가 사퇴를 종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임직원은 45명이다. 그 가운데 다가오는 주총에서 연임 논의 대상자는 20여명이다. 관행대로라면 연임되거나 다른 금감원 출신에게 대물림된다. 그러나 금감원 쇄신 압박 분위기로 사의를 표명한 이 전 부원장보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금감원 쇄신 분위기는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김앤장, 광장 등 6대 로펌에 자문 등으로 영입돼 근무하고 있는 금감원 출신은 30여명에 달한다. 금감원 측은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퇴직 후 로펌행도 자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감원 이모 전 국장이 김앤장의 러브콜을 결국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 ‘11·11 옵션쇼크’ 사건을 조사했고, 당시 김앤장이 이 사건을 일으킨 도이치증권 변호를 맡았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