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가족 그리며 평생 독신… 성실하게 붓끝 전도에만 전념”
입력 2011-05-06 18:17
김학수 화백 2주기 예배-참석자들이 전하는 삶과 신앙
“이제는 천국에서 사모님과 함께 계시지요? 남겨진 저희는 선생님이 영 그립습니다.”
역사풍속화와 성화(聖畵) 분야의 거장이었던 고 혜촌 김학수(1918∼2009·사진) 화백이 소천한 지 꼭 2년이 되는 6일 오후 서울 저동 한 식당에서 2주기 기념예배가 열렸다. 유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15명 남짓 참석했는데 그 면면이 놀랍다. 백낙환 인제대·백병원 이사장, 윤병상 연세대 명예교수, 이승만 미국장로교회(PCUSA) 전 총회장, 이승규 전 롯데상사 대표이사, 차인태(전 아나운서) 경기대 교수 등이다. 이들은 김 화백과의 추억을 나누며 “그분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셨다”고 입을 모았다.
백 이사장은 “선생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다”면서 김 화백을 ‘고결한 인격자’로 소개했다. 차 교수는 부친의 60년 지기였던 김 화백의 청빈한 삶과 효심을 회상했다. 윤 교수는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김 화백을 “모든 유혹을 신앙으로 이기고 철저하게 그리스도의 신앙관으로 살아간 성자였다”고 평가했다.
1930∼40년대 평양 성화신학교 교수를 지낸 김 화백은 6·25 직후 남한에서 만난 제자 40여명을 데리고 살며 생활과 학업을 돕기도 했다. 당시 8년간 함께 살았던 이 전 대표이사는 “그분의 삶과 신앙은 모든 제자들에게 평생 등불이 됐다”고 전했다. 역시 제자인 이 전 총회장은 “고난을 승리로 바꾸는 삶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김학수기념박물관장 박재섭 교수는 “평생 성실하게 작업에 매진하신 것은 당신의 그림이 후세에 ‘한국이 어떻게 고난의 역사를 딛고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아왔는가’를 알리는 데 사용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특별히 김 화백이 북에 두고 왔던 둘째 딸로 2009년 탈북한 김민정(65)씨와 그 자녀들이 참석했다. 장례식 다음날에야 도착해 끝내 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했던 김씨는 참석자들의 증언을 담담하게 들은 뒤 “이제야 아버지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후손들이 아버지의 고결한 삶과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생전에 ‘한국 최고의 역사풍속화가’라는 칭호를 받았던 김 화백은 한강 1300리를 40년간 350m에 그린 ‘한강전도’, 한국 기독교사 연작 66점, 조선의 토속적 마을을 배경으로 성서를 재해석한 ‘예수의 생애’ 연작 30여점 등으로 알려졌고 작품 대부분은 인제대 연세대 경민대 등에 기증돼 상설 전시되고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