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백악관 상황실 사진’이 전달한 3가지 메시지

입력 2011-05-06 18:14

① 여성 2명 첫 등장… 달라진 위상
② 구석자리 오바마 ‘탈권위 이미지’
③ 국민 수호 최고통수권자는 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안보팀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 ‘역사적 순간을 잡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출신으로 백악관 사진담당 최고 책임자인 피트 수자(57)가 촬영한 이 사진에 대해 미 CNN방송은 5일 시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 사진에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담당한 권력의 심장부에 여성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드리 토머슨 대테러담당 국장이다. 과거 미국에서 국가안보의 중요 장면을 기록한 사진들에는 남성만 있었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어 ‘미스터리 우먼’으로 불린 토머슨 국장은 중앙정보국(CIA)에서 ‘글로벌 지하드 팀’을 이끌면서 알카에다 추적 임무를 맡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 소재 리하이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샐라딘 앰바는 “사진 속 여성 2명은 미국에서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 어느 수준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비록 클린턴 장관이 손으로 입을 가린 모습이 변화된 여성상의 효과를 줄이고 있지만 여성의 등장은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메시지는 대통령의 권위적 이미지의 변화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남자다운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애써 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항공모함 갑판에서 비행조종사 복장으로 ‘탑건’(최우수 조종사)의 흉내를 냈었다. 그러나 사진 속 오바마 대통령은 마셜 웹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에게 상석을 내주고 구석자리에 앉아 지켜봤다. 정치 블로그 ‘잭앤드질 폴리틱스’의 셰릴 콘티는 “참모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협력 체제를 이끌어내는 오바마의 리더십과 자신감에 탑건 복장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미국에서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최고통수권자로서 흑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은 종종 ‘악당’ 같은 존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사진은 그동안 백인 대통령에게 입혀졌던 ‘국민의 수호자’ 이미지를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에게도 심어주고 있다. 네브래스카-링컨대학 정치학 교수인 애리 코언은 “이 사진은 오바마를 극도로 싫어하는 티파티 지지자들조차도 ‘대통령 오바마’로 부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