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오바마, 그라운드 제로서 ‘침묵의 추모’
입력 2011-05-06 18:13
정치적 이용 의식 언행 조심… 초청받은 부시 불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나흘 만인 5일(현지시간)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다.
그는 붉은색, 흰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한 다발의 꽃을 헌화한 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묵념을 했다. 그는 추모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희생자들과 자신의 목숨을 바쳐 생명을 구해냈던 경찰관 및 소방대원들을 추모하고, 끔찍한 상황에서 하나가 됐던 미국의 단합심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침묵의 추모’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생자 가족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백악관의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희생자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거나 포옹하며 위로했다. 별도로 만나 대화도 가졌다. 일부 유족은 “빈 라덴이 죽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제로 주변엔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미국 국기와 꽃다발 등을 흔들며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했다.
헌화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당시 15명이 숨진 인근 미드타운의 엔진54 소방서와 맨해튼 제1경찰서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빈 라덴 사살과 관련해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말한 게 빈 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비극을 결코 잊은 적이 없으며, 구조대원들이 보여준 용기도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11 테러 당시 재임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초청을 받았지만 불참했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켄터키주 포트 캠벨을 방문, 빈 라덴 제거작전을 수행한 네이비실 요원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작전 직후 귀국했으며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이번 작전을 총괄한 윌리엄 맥레이븐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을 만나 공로를 치하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