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한·미 FTA 비준’ 실무협의 착수
입력 2011-05-06 18:03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5일(현지시간) 비준을 위한 실무협의(technical discussion)를 시작했다. 실무협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의회 전문위원 간 협의절차다.
미국 행정부는 의회 비준절차에 들어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문제를 해결했다. 한·미 FTA 발효 후에 한국 정부에 수입위생조건 협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의회의 반발을 잠재웠다. 이에 따라 쇠고기 시장 개방을 놓고 미국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FTA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초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한·미 FTA 비준을 희망한다”며 적극적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연간 의사 일정에 따라 여름 휴회는 8월 6일부터 시작된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베이너 의장과 면담을 갖고 FTA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의회에 제출할 한·미 FTA 이행법안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실무협의에서 조율한다. 양측 실무협의가 끝나면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들이 참여하는 모의 축조심의(mock-markup)가 이어진다. 이후 정식으로 FTA 이행법안이 제출되면 상하원은 각각 표결로 처리한다. 통상 이 과정은 2∼3개월 정도 걸린다.
미국 의회는 늦어도 7월 말이나 8월 초까지 한·미 FTA가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FTA 소관 상임위인 하원 세입위의 데이비드 캠프 위원장이 조기 비준을 역설하는 데다 쇠고기 문제 때문에 반대하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이 지지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보커스 위원장은 지난 4일 론 커크 USTR 대표로부터 한·미 FTA 발효 후 한국 정부에 쇠고기 시장 관련 협의를 요청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미국이 한·미 FTA 발효 후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미국 입장이 우리 정부와 같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국이 2008년 4월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25조에는 ‘위생조건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어떠한 문제에 관하여 상대방과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은 언제든지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그 시점을 한·미 FTA 발효 이후로 잡은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협의 요청에 응하기는 하겠지만 이것이 곧바로 시장 개방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한글본의 재검독 절차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 뒤 기존 비준안과 추가협상안을 합친 새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찬희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