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직자가 비리 대주주 협박하는 막장 드라마
입력 2011-05-06 17:36
이런 막장 드라마도 없다. 부산저축은행 퇴직자들이 대주주와 주요 임원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20억원 이상을 뜯어냈다니 기가 막힌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7조원대 금융비리,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의 범행 공모, 힘 있는 자들의 영업정지 직전 예금 특혜인출 등에 이어 새로 드러난 황당한 범죄다. 선량한 예금주들의 돈을 갖고 대주주, 경영진, 감사, 일부 퇴직자들이 온갖 분탕질을 친 것이다. 막장 금융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검찰 수사로 속속 밝혀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끝이 없다. 양파 껍질 벗기듯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번에 대주주 등을 협박해 거액을 받은 퇴직자는 모두 4명이다. 이들은 공모한 게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순차적으로 퇴직하면서 각자 알아서 1인당 5억원 이상씩을 챙겼다. 이들에게 건네진 돈은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은행 자금에서 지급됐다고 한다. 은행 측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서민 예금을 마음대로 쓴 것이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이런 일은 대주주 등의 비위 사실이 내부에 널리 알려졌기에 가능한 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독 당국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시 경영진이 ‘금감원도 (불법대출을) 알고 있는데 묵인해주고 있으니 당신들만 관계 기관에 진정을 안 하면 된다’며 입막음을 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회장 등 임원 5명은 200억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2009년에도 기소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감독기관의 적절한 사후 조치가 없었다는 점은 불법행위 방조 등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다음주부터 저축은행 지휘라인에 있는 금감원 임직원들을 본격 소환 조사한다니 그 유착관계와 정·관계 로비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기 바란다.
아울러 비리 등에 연루된 부적격 대주주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 마침 당국이 오는 7월부터 처음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일제 심사를 벌인다. 대상은 대형 계열 저축은행과 자산 규모 3000억원을 넘는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직계 가족 등 300명 정도라고 하는데 엄격한 심사를 통해 부적격 대주주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그래야 이번처럼 서민들을 피눈물 나게 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