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바빠서 아빠? 그러다 아이에게 제명됩니다

입력 2011-05-06 17:27


아빠학교 권오진 교장이 말하는 ‘좋은 아빠’되는 법

“놀이시설도 갔다 왔고, 외식도 했고…. 아빠 노릇 이만하면 됐지!” 어린이날 하루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나서 마치 1년치 숙제를 마친 듯 흐뭇해하는 아버지들. 정말 이제 내년 어린이날까지 ‘아빠노릇’은 쉬어도 되는 걸까?

아빠 학교 권오진(52) 교장은 “어린이날 하루 달랑 아이와 놀아주고 아빠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아이는 금단현상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교장은 “아빠 노릇은 매일매일 일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자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학원에 보내는 대신 아빠가 놀아주라고 강조했다.

‘아이와 매일 놀아줘야 한다고? 그럴 시간이 어디 있다고!’ 발끈할 아버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권 교장은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했다. 권씨는 아빠와 추억만들기 단장, 아빠놀이학교 교장, 아빠놀이치유연구소 소장이며, 회원이 2300명이나 되는 좋은 아빠를 위한 카페(cafe.naver.com/swdad) 매니저이다. 또 규리(18)와 기범(15) 남매와 신나게 놀아 주는 아빠다.

권 교장은 “아버지가 1% 바뀌면 아이는 10% 변한다”면서 “하루 1분 투자를 시작해 보라”고 했다. 하루 1분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는 전화 걸기란 답을 내놨다. 아이에게 전화해서 아이의 생활이나 관심사 등에 대해 물어보라는 것. “오늘 점심은 뭐 먹었니?” “그래 맛있었겠다.” “저녁 때 보자!” 이런 간단한 대화만이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아이와 아버지는 가까워진다는 것.

그런데 왜 아버지여야 하는가?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엄마가 놀아주면 되지 않을까? 권 교장은 “엄마와 아빠는 대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재로 공동의 양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능력, 소통방법, 에너지 형태, 신체특징이 다르게 마련이다.

“초등학교에 여교사가 많아 자녀가 여성화될까 봐 걱정하면서 엄마에게만 아이를 맡겨 두면 되겠습니까?”

권 교장은 아버지가 놀아주면 자녀들은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른 게임중독도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좋은 아빠를 위한 카페 회원들은 게임중독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카페 회원 임대순(46·회사원)씨는 “중2짜리 딸과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중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여느 아버지들과 다를 게 없다는 그는 주말에는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임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족여행을 다녀와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느낌을 담아 ‘스토리 앨범’을 만든단다.

초등 3·4학년, 중2짜리 아들 셋과 요리를 즐겨 한다는 회원 정동필(44)씨도 게임 때문에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 정씨는 “학교에서 왕따당할까 봐 게임을 주3회, 한 번에 30분∼1시간 하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했다.

권 교장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 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이라면서 ‘내일부터 놀아줘야지’ 생각하는 ‘내일아빠’에게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 날이라면서 오늘부터 바로 자녀와 놀기를 시작하라고 부추겼다.

그동안 데면데면하던 아버지가 느닷없이 ‘같이 놀자’고 나서거나 스킨십을 시도하면 자녀들은 뜨악해한다. 권 교장은 “절대 서둘러선 안 된다. 공동취미를 만들거나, 아이 관심사를 파악해 정보를 슬쩍 흘려보라”고 아이디어를 준다. 아이가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면 공연 중인 뮤지컬 팸플릿을 아이 책상에 슬쩍 올려놓아 보라는 것.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도우미’로 나서란다. “필요한 것 없니?” 뮤지컬을 보려면 당연히 비용이 필요하게 마련. 표를 사주는 것부터 시작해 마음을 열면 같이 보러 가고, 그러면서 대화의 물꼬는 터지게 된다.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집안일을 도와달라기보다는 자녀들과 같이 놀아줄 것을 요구하세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특히 아버지와 함께 하는 놀이가 특효약입니다.”

권 교장이 아이 교육을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당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