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룬 다큐 영화 ‘오월愛’ 김태일 감독 “요즘 젊은이들, 그날의 가치 느껴봤으면…”

입력 2011-05-06 17:24


5·18광주민주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오월애(愛)’의 김태일(48·사진) 감독은 돌멩이처럼 단단해 보였다. 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러나 돌멩이도 씹어먹을 것 같은 강한 첫인상과 달리 열다섯 살 아들 상구의 손을 잡고 인터뷰하러 나올 정도로 천진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김 감독에게 “광주민주화운동에다 독립영화에다 다큐멘터리라니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텐데 왜 이런 영화를 찍었느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에 비하면 참 딱합니다. 우리들은 대학생이 되면 좀 더 나은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했지만 요즘 청년들은 취업 걱정부터 하잖아요. 낭만을 즐기지도 못하고 목구멍에 풀칠하는 문제에만 파묻혀 있는 젊은이들이 영화로라도 권력의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했던 소중한 가치를 느껴봤으면 해요. 제 영화는 물론 블록버스트가 아닙니다. 그래도 많지 않더라도 청년들이 제 영화를 보고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만족해요.”

‘오월애’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당시 기동타격대 대원으로, 시민군으로, 주먹밥 부대원으로, 취사조 일원으로 똘똘 뭉쳐 폭압에 항거했던 민초들이 30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고 또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밝히는 내용이다.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영화 속 증언자로 나선 60∼70명은 애초에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 폭도에서 국가유공자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은 촬영으로 득 될 게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구 전남도청 철거논란에서 보듯 광주항쟁은 여전히 갈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또 당시의 폭압적 경험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카메라만 보면 얼굴을 돌리셨죠. 인터뷰 허락을 받기 위해 1년에 걸쳐 자주 만나 뵙고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김 감독에게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중국집을 운영하는 양인화 사장님이 ‘나는 5·18을 겪지 않았으면 민주주의가 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며 “그 말은 곧 한국사회에서 광주항쟁이 갖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아내 주로미씨는 조연출로, 아들 상구는 촬영보조로 제작에 참여했다. 김 감독은 광주를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민중이 이끈 역사를 10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전체관람가, 12일 개봉.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