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첨단무기 개발할 수 있는 북한 정권이 왜 대형병원에 물공급 못하는지 이해안돼”

입력 2011-05-05 19:30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카터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에서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는 방북 첫날 만난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빠진 모든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의 적대적인 태도로 돌린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의춘 외무상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분배에 관한 미국의 모니터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박 외무상은 동시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위협을 받는 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 외무상에게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면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부터 전 목사의 석방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는 김 상임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설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시종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등 놀라울 정도로 부정적이고 도전적이었다”면서 “결국 내가 ‘우리는 견해차를 줄이고 미래를 지향하려고 노력하는데 당신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왜곡된 부분에 집중한다’고 끼어들었다”고 말했다.

평성시 인민병원에서는 수술실 외에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첨단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북한 정권이 왜 대형병원에 물을 공급할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평성시의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났다는 카터 전 대통령은 “그녀는 최근 식량 배급이 크게 줄었는데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북기를 마치면서 “당초 9개의 목적을 갖고 갔는데, 이 중 북한으로 하여금 유엔 인권기구에 협조하도록 유도하고, 억류된 목사를 석방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한에 가기 앞서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해외원조가 주민 1인당 한 해 9.4달러 수준으로, 수단의 63달러와 아프가니스탄의 165달러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설명을 듣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