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르말린 우유’ 파문 키웠다
입력 2011-05-05 21:26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체에 안전” 발표 안팎
“인체에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4일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W 제품 등 4개 회사 10개 제품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밝혔다. ‘포르말린 사료’ 우유 파문은 이렇게 발생 6일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고 유업계 전반에 깊은 불신감을 심어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우유 매출이 지난 엿새 동안 15% 이상 떨어졌다. 매일유업은 우유 매출 20% 이상 급감, 주식 13% 이상 하락의 손실을 입었다. 매일유업 고위 관계자는 “앱솔루트 W가 다시 대형마트에 들어간다고 하니 일단 다행이지만 악화된 이미지로 입은 손해 회복에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사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포르말린이 포함된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는 해로운 것이라고 국민에게 잘못 알렸다. 정부가 소비자 불안을 심화시키고 업계에 타격을 준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매일유업의 포르말린 첨가 사료 사용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농식품부는 같은 해 11월 매일유업으로부터 “배설물로 다 빠져나가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강하니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매일유업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식품공업협회 산하 한국식품연구소에 검사를 맡겨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고 정부에 알렸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확인조차도 않고 사용 중단만을 고집했다. 정부 관계자는 “포르말린 자체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포르말린 사료를 쓰지 않는 것이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정서 운운하며 안전성 검사를 해보지도 않고 위험하다고 결론지은 셈이다. 정부는 포르말린 사료 사용을 안 지 6개월 만인 지난 28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안전성 검사에 나섰다.
언론 보도 이후 정부의 대처 방식도 안일했다. 농식품부는 “포르말린이 ‘유해사료의 범위와 기준’에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사료에 혼합할 수 있는 동물용 의약품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안전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신균자(39·여)씨는 “안전하다고 발표는 됐지만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우유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며 “아이들 먹거리를 놓고 이런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