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안 통과] ‘야권연대’ 경고 받은 민주당

입력 2011-05-05 18:38

“1차 옐로카드를 꺼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민주당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하려고 했다가 막판에 반대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저임금법 실현도 있고 노동법 개정 문제도 있다”며 “한·미 FTA는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EU FTA 처리 문제로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매끄럽진 않았지만 그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충분히 토론을 했고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며 “오는 13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들고나올 경우 야권이 다시 하나로 뭉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터져 나온 민주당 내부 및 야권연대 갈등은 향후 언제든 후폭풍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으로부터는 “여·야·정 합의를 파기했다”는 비난을, 다른 야당에는 “야권연대 정신을 파괴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 점도 앞으로 정국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전날 마라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듭한 끝에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를 선언한 손학규 대표를 향해서는 ‘FTA 반대론자’라는 보수층의 공격이 예상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분한 보완대책 없이 FTA를 통과시키는 것은 중산층의 바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본회의장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몸싸움을 피한 것도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EU 및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논란은 오는 10월을 전후해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