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선거 있어 적극 활동”… 박근혜, 귀국후 행보 속도낼 듯

입력 2011-05-05 21:57

아테네서 간담회… 뭘 얘기했나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현지시간) 향후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 “내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마지막 방문국인 그리스 아테네의 디바니팰리스 호텔에서 취재기자단과 1시간 동안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가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2009년 7월 몽골 방문 이후 2년 만이다. 비록 구체적인 방향이나 일정은 언급하진 않았지만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 등과 맞물려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 행보에 속도 낼 듯=박 전 대표는 귀국 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날짜를 정해놓고 언제부터 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당내 쇄신 논의 등에 대해 “지금 당에서 그 부분에 관해서 한참 토론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논란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할 얘기가 있으면 그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을 피해나갔다. 또 6일로 예정돼 있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 “저는 거기 투표에 참여할 수도 없고 우리 한나라당의 의원님들이 잘 판단해서 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벌써부터 당헌·당규의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고쳐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총선 선대본부장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귀국 후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원칙공주라고 하는데…”=박 전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날 자신이 강조해 온 ‘원칙과 신뢰’를 미래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으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답답하다, 왜 이리 고집이 세냐는 오해도 받고 원칙공주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제가 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산업화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깔았듯이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갈등이 상식적으로 잘 조정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정치권에서부터 원칙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모두발언에 답이 실려 있다”며 “당의 문제는 원칙과 신뢰를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형 모델’ 필요=박 전 대표는 특사 방문 기간 동안 각 국가의 선진 정책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화합 모델에 대해 “이쪽에서 성공한 모델이지만 그대로 한국에 올 수는 없다”며 “역사와 사회적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좋은 점은 따고,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서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지와 당시 마리아의 발현을 본 소년소녀들이 살았던 집을 방문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스토리가 있는 관광이 지금 시대에 정말 자원이 아니겠느냐. 무조건 싹 허물고 시멘트로 다시 바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리스 파퓰리아스 대통령을 만나 조선업을 통한 양국의 교류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1970년대 조선업을 시작할 당시 조선소도, 수주실적도 없어 외국에서 자금을 안 빌려줬다”며 “그런데 그리스 선주 리바노스가 배 2척을 수주해줘서 한국이 조선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사의를 표했다.

아테네=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