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소독약 부메랑] 독성물질 위험성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입력 2011-05-05 18:28
소독약을 정해진 용도와 희석 배율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2차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고독성 물질인 알데하이드류는 생체에 즉각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인체에 묻거나 가축이 들어있는 축사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은 A사의 알데하이드 소독약 포장에는 “축사 및 빈 축사에 사용하라”고 표시돼 있다. 모호한 표현으로 방역 현장의 혼선을 초래한 경우다. 독성이 낮은 미생물 제제나 과일 추출물 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민과 현장 요원들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 방역 요원들에게 약품에 포함된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스스로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바람을 등지고 약품을 뿌려야 하고, 살포 중에는 신체 부위가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
방역 현장 바깥의 생태계가 받는 피해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소독약이 방역 현장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도록 간이 펜스를 설치하거나, 흘러넘친 소독약이 도랑을 타고 하천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회수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난 상황에 대비한 대응 지침과 일관된 지휘체계가 없었던 것이 이번 구제역 사태의 피해를 키웠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대량 살처분과 함께 소독약 대량 살포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긴박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가축 매몰지는 붕괴 및 침출수 유출 우려를 낳았고, 소독약 대량 살포는 인체·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사례였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방역 현장의 지휘체계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소독약 허가 등 방역 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 사후 환경관리는 환경부, 가축 매몰·방제 작업 등 방역 실무는 행정안전부·지자체 등으로 나뉘어 일관된 지휘체계 없이 실행된 것이 2·3차 피해를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좁은 공간에 빼곡히 소·돼지를 키우는 ‘밀집 축산’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분석도 많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