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檢 “구조적 유착 없인 불가” 판단… 내주부터 줄소환 예고
입력 2011-05-05 21:35
검찰은 금융감독 당국의 저축은행 감사 기능이 완전히 무력화된 데는 감독기관과 피감기관 간의 구조적, 관행적 유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개별적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동시에 관리 감독 시스템상 부정 소지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구조적 비리 추적=검찰은 다음주부터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1차로 저축은행 현장에 나가 직접 조사를 벌였던 검사역들을 조사해 경위를 따져 본 뒤 고위 간부들로까지 소환 대상을 넓혀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사 담당 직원의 개인적 유착의 결과로 보기에는 부산저축은행 등의 불법 행위가 너무 장기간,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와 관련된 상당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4일 금감원을 직접 찾아가 “(금융감독기관이) 문제를 못 찾은 것인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 나타나지 않지만 곳곳에 이런 비리와 문제가 잠복해 있을 것”이라고 금감원의 고질적 비리 관행을 질책했다.
◇‘학연’이 로비 연결 고리됐나=7조원 이상의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경영진이 모두 끈끈한 ‘학연’으로 얽힌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이를 통한 로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다른 지역 출신들이 부산을 연고로 금융업을 한 만큼 동문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시됐다는 게 저축은행 안팎의 증언이다.
최근 구속 기소된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9) 부회장, 김민영(65)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등 그룹 핵심 3인방은 모두 광주 K고 선후배 사이다. 오지열(59) 중앙부산저축은행 대표와 문평기(63) 부산2저축은행 감사 역시 K고 동문이다. 김 부회장은 광주 지역 J대 출신인데, 함께 구속된 강성우(60) 부산저축은행 감사와 안모(58) 부산저축은행 전무가 같은 대학을 나왔다. 120개에 달하는 위장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전문적으로 지원했다가 기소된 김모(59) S캐피탈 대표도 대학 동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문 관계인 이들은 은행 의사결정 구조를 완전히 장악하고 부당대출 대상과 규모, 분식회계 액수까지 죄다 결정했으며, 외부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하는 과정에도 학연을 활용한 정황이 보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