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물고문 덕분 잡았다”… 美, 테러범 고문 정당성 논쟁

입력 2011-05-05 21:59

오사마 빈 라덴의 연락책 정보가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고문 정당성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연락책 정보가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던 테러용의자를 고문해 얻어낸 결과라는 주장이 나와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료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다시 고문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대테러활동 책임자 호세 로드리게스는 “알카에다 요원에 대한 ‘가혹한 신문기법(EITs)’이 빈 라덴 사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2∼2005년 CIA 대테러센터장을 지냈던 로드리게스는 테러용의자 신문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파기한 혐의로 지난해 법무부 조사를 받았다.

로드리게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와 CIA 비밀감옥에서 알카에다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와 그 후임 아부 파라즈 알 리비를 신문한 결과 연락책의 가명을 캐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9·11 테러 기획자로 알려진 모하메드는 2003년 3월 검거됐고,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모하메드가 수개월간 183차례 물고문을, 180시간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2005년 5월에 검거된 알 리비는 물고문은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가혹한 신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리게스는 “오바마 행정부도 다시 ‘가혹한 신문기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언 파네타 CIA국장도 비공개 상원 청문회에서 빈 라덴 관련 정보는 ‘가혹한 신문기법’에서 얻은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주장에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물고문 등 일체의 ‘가혹한 신문기법’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미 비어터 국가안보위원회의(NSC) 대변인은 “빈 라덴의 은신처 파악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한 결과”라면서 “고문이 결정적 정보를 주는 것이라면, 고문이 행해진 2003년에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 상원 정보위원장도 “빈 라덴 관련 정보는 가혹한 고문을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알와탄은 5일 빈 라덴의 사살 과정에서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배신행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알와탄은 익명의 소식통을 이용해, “빈 라덴과 자와히리 사이에 권력다툼이 점증하고 있었다”며 “빈 라덴의 은신처 단서를 제공한 연락책도 실제로는 자와히리의 수하였다”고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