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아이들 ‘커지는 비명’… 매년 5000여명 피멍드는데 돌볼 전문인력 없다
입력 2011-05-05 18:54
아동 학대는 매년 늘지만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사례는 5685건에 이른다. 이는 2001년의 2105건보다 2.7배 증가한 수치다. 2009년의 경우 5살 미만 어린이를 학대한 건수만 1048건으로 집계됐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5일 “아동 학대가 실제로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많이 생겨 신고가 활발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동 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부모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신체적 폭력 행위가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벌거벗긴 채 내쫓는 행위 등 정신적 학대도 아동 학대에 포함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이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도 이에 해당된다.
이민희(가명·12)양의 몸엔 늘 멍이 들어 있었다. 이양의 친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한 채 집에 들어와 강제로 이양의 몸을 만졌다. 이양이 거부하면 폭언을 퍼붓고 매를 들었다. 2009년 이양은 복지시설에 맡겨졌고 아버지는 구속됐다.
김은진(가명·14)양의 집엔 악취가 진동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박경자(가명·45)씨는 수시로 유기동물들을 데려왔다. 집안은 개 24마리, 고양이 6마리의 배설물과 온갖 쓰레기로 뒤덮였다. 2009년 5월 참다못한 이웃의 신고로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벌였다. 김양과 언니 여진(가명·16)양은 어머니와 격리돼 복지시설에 보호됐다.
부모들이 가해자가 되다 보니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아동 학대 가해자의 83.8%가 상담이나 교육을 받는 데 그쳤고, 고소·고발이 이뤄진 것은 5.1%에 불과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이지미 팀장은 “부모에 의한 학대의 경우 은폐하기 쉽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동 학대는 범죄라기보다 가정 문제, 자녀를 위한 훈육 수단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할 전문기관은 일손이 부족하다. 전국 44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원은 319명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학대피해 아동 사례는 2009년 기준으로 2만5200여건으로, 상담원 1명당 79.3건을 맡는 셈이다. 미국 아동복지연맹(CWLA)의 상담원 1명당 학대피해 아동 관리 기준인 12건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업무량이다.
또 전문기관당 평균 상담원은 7.2명으로 보건복지부의 상담원 배치 권고 사항인 9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은 현장조사부터 피해아동 상담, 조치, 사후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혼자 담당한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담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3.5∼4년에 불과하고 이직률도 높다”면서 “정부의 지원과 체계적인 상담원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