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서 자크 데리다까지 ‘철학 근육’ 키우는 사고 연습
입력 2011-05-05 17:37
철학 연습/서동욱/반비
철학은 개똥철학이거나 인생철학이거나 사장님의 경영철학이거나 연애철학이다. 나만의 방식, 굳건한 소신, 혹은 난해한 궤변의 경멸적 통칭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 시대에 그랬듯,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일반교양이든가.
저자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이 거래와 대화’라고 했다. 명령과 복종, 지배와 예속이 아니라 시장에서 언어로 거래되는 것, 의견을 내고 대화하고 논쟁하고 교정되는 일련의 과정, 그게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은 “민주주의와 한배에서 나온 형제”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든 철학이란 것, 필요하지 않겠는가.
‘현대철학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철학연습’은 현대철학의 주요 흐름을 주도해온 거두 13명의 사유를 담았다. 철학자 한 사람 당 7∼8장 분량에 불과해 수능시험 대비용 요약처럼 보이지만, 저자라는 거름망을 거쳐 나온 결과물은 해설에 가깝다.
책은 현대철학의 여명에서 출발한다. 현대적 사유를 준비해간 16세기 ‘긍정과 자유의 철학자’ 스피노자에서 시작해 쇠얀 키르케고르, 장 폴 사르트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까지 현대철학의 두 축인 현상학과 구조주의를 살핀다.
철학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철학 사고에 쓰는 근육은 평소 안 쓰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편견과 상식, 오해가 쌓여 근육은 뻣뻣하게 굳어버렸을 것이다. 과거 철학자의 사유를 지도로 들고 산책하듯, 등산하듯 걷다보면 철학의 근육은 유연하고 탄력 넘치게 될까.
책을 쉽게 쓰기 위해 애쓴 게 눈에 보이긴 하지만, 결코 쉬워질 수 없는 게 있다. 평이한 단어나 영리한 설명의 문제가 아니다. 쉽게 물어본다한들 현대철학의 고심은 가벼워질 리 없다. 초보자에게는 개념이 벽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층층이 쌓인 개념의 성을 올라가다가 문득 돌아보면 땅에서 너무 높이 올라와버린 느낌.
프리드리히 니체의 ‘힘의 의지’나 장 폴 사르트르의 ‘익명적 의식’ 같은 개념을 이해하려 애쓰다보면 현실이란 땅에서 너무 멀어져 난감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가 했던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패션을 우습게 아는 수습직원이 마트에서 대충 사 입은 스웨터 색깔은 어느 유명 디자이너가 고심한 ‘작품’이 원형이다. 지금은 당연하고 보편적인 질문과 답. 그게 힘겨운 거래와 대화의 산물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원형을 보려는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