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 개혁, 감독권 쏠림부터 막아야
입력 2011-05-05 17:39
금융감독원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최근 부실 저축은행 조사과정에서 감독 부실과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 연루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엊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고 없이 금감원을 방문해 분노에 가까운 질책을 퍼부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의 위기는 ‘국가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기존 제도와 관행을 혁파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금감원 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관행처럼 이어져 온 ‘낙하산 감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권혁세 금감원장은 감사 추천 관행을 완전히 철폐하는 등의 쇄신안을 내놨다.
금감원이 고유기능인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고 그것도 모자라 피감기관과 유착해 비리를 획책했으니만큼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그 어떠한 쇄신책을 동원해서라도 재발 방지에 힘을 모아야 옳다. 이 기회에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방조해온 조직의 집단최면의식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작금의 금감원 사태는 구성원의 문제, 조직의 집단적 유착 같은 것만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데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현재의 금융감독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이 이른바 금감원의 감독권 쏠림현상 때문은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 4대 감독기구를 통합해 등장한 이래 금융회사의 생사를 결정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원래 목적엔 소홀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이해만을 앞세운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지금 드러난 일부의 감독 부실과 비리들이 감독권 쏠림현상의 증좌일 수 있다.
이는 현재의 금융감독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기왕에 금감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민관 합동의 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TF를 구성한다고 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람직한 금융감독기구에 대해 처음부터 큰 틀에서 따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