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黨略 탓에 변칙 통과된 한·EU FTA

입력 2011-05-05 17:36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식협상 선언 이후 4년 만이다. 비록 야당들의 반대와 불참 속에 변칙적으로 처리되긴 했으나 이로써 한국으로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2009년 기준 16조40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용이해지게 됐다. 깨지긴 했으나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대로 피해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한편 미국 일본 중국보다 앞선 FTA 발효로 시장선점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

원래 한·EU FTA 비준동의안은 ‘정상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여겨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참석해 2일 열린 여야 협상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한나라당이 대폭 받아들여 양측이 이날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이틀 만에 이 합의를 깼다. 이른바 ‘야권 통합’을 의식해 통과를 결사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 야당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것만 해도 민주당은 신의 없고 무책임하다는 힐난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그 이유란 게 전적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좀 더 얻어 보려는 근시안적 당리당략에 있음에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피해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의 기존 대책 외에 원내대표 협상에서 농어업인 지원특별법 개정,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 개정 등 나올 만한 대책들은 모두 합의됐다. 오로지 당략을 위한 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략을 국익보다 우선시하는 정당이 수권정당 자격이 있는가.

한·EU FTA에 따른 경제효과로는 연 0.56%의 실질 GDP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또 전문가에 따르면 유럽산 기계 장비·부품 등의 일본산 대체로 인해 대일 무역역조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도대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FTA의 발목을 잡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국민은 이런 민주당의 행태를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