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이 사이로 국수를 먹어봐 후루룩∼ 쪽쪽

입력 2011-05-05 17:47


국숫발, 쪽 후루룩/글 김영미 그림 마정원/책먹는아이

“잘 먹겠습니다.”

사슴반의 오후 간식시간. 감사 인사와 함께 친구들이 국수를 빨기 시작한다.

“쪽쪽∼” “후룩 후루룩” “쭉쭉∼”

친구들은 모두 이가 빠졌다. 네모나고 까만 구멍. 그 속으로 국숫발은 도르래에 걸린 실 마냥 소리도 경쾌하게 올라간다. 빠진 이 사이로 국수를 먹는 ‘국수놀이’는 요즘 사슴반에서 대유행이다. 단짝 정섭이도, 짝꿍 은지도 “후루룩∼” 국수놀이 중이다. 하지만 동현이 이는 아직 그대로. 국수놀이를 할 수 없는 동현이에게 면발 올라가는 소리는 얼마나 맛있게 들리는지.

“나 이 빠져서 싫은데, 딱 한 가진 좋아! 네모 구멍으로 국수 먹을 수 있는 거!” 은지까지 놀리는 걸까. 동현이는 은지 말에 더 심통이 났다.

지금 동현이가 갖고 싶은 건 전 우주를 통틀어 하나뿐이다. 네모난 까만 구멍. 혀끝을 대면 살짝 느껴지는 새 이의 감촉. 나는 왜 없을까. 왜 나만 없을까.

이 빼는 게 무서운 아이, 이 빠진 자리가 창피한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이갈이는 아기에서 어린이로 성장한다는 신호다. 변화를 즐겁게 포용하는 법, 친구와 다른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말한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