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지적공사 경기도본부장 “日帝가 만든 지적도 사용 부끄러운 일… 우리 측량기술로 새로 작성”

입력 2011-05-04 19:41


“100년 전 일제가 만든 지적도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한지적공사 김태훈 경기도본부장은 4일 본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지적측량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일제시대 지적도를 그대로 쓰는 것은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전국 지적도를 재작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적공사는 아제르바이잔과 모로코에서 지적도 작성 시범사업을 완료했고, 자메이카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같은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우리 지적도를 직접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해외 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는 토지수탈 목적으로 1912∼24년 전국 토지와 임야에 대한 조사를 벌여 지적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6·25 전쟁 때 지적도가 상당부분 유실됐고, 측량의 기초인 기준점도 일부 사라지면서 측량의 기본 뼈대가 무너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지적도는 이후 몇 차례 일부 재작성되기도 했지만 일제의 지적도를 베끼는 수준이어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면서 “지적도와 실제 측량결과가 다른 ‘불부합지역’은 2009년 기준 전국 3710만8000필지 중 14.9%인 553만6000필지나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 때문에 불부합지역의 토지에서는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택지개발 과정에서 중복 보상을 하는 문제도 잦다”면서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전국 지적을 재조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지적도를 재작성하려면 사업비가 총 3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항공사진 측량 등을 동원해 사업비를 1조4000억원대로 줄여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발의한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은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논의 중이다.

그는 “법이 통과돼 지적도가 새로 작성되면 일제 잔재를 없앴다는 의미도 있고, 해외에서 국익을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