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 진통… 야권은 노선 싸고 파열음

입력 2011-05-04 22:02


여야는 4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팽팽하게 대치했다.

한나라당은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비준동의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으니 강행처리하자는 반응이 다수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거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한나라당으로 불리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며 “어떤 형태가 되든 찬성 의결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화로 합의를 못 지킬 것 같다며 사과했는데 국가 중대사가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출국차 공항으로 가던 일부 의원들까지 불러들이며 본회의 처리 의지를 다졌다. 한나라당은 의결정족수가 넘는 150명 정도가 모였다고 판단한 오후 3시25분쯤 본회의장 입장을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 들어서려는 순간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길을 막으며 “국회가 당신 것입니까, 한나라당 거예요?”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한나라당 당직자가 곧바로 끌어내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비준동의안 처리해야 한다고 원내대표가 호출해서 (강원도) 원주에서 강연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140㎞로 밟고 왔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일부 초선의원들은 ‘민주당은 합의를 지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용태 의원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했다.

민주당은 오전부터 릴레이 토론을 이어갔다. 오전 9시부터 30분간 열릴 예정이던 최고위원회의는 격론으로 1시간 만에 끝났다. 오전 10시부터 4시간에 걸친 의총에선 찬반양론이 맞섰다. 결국 ‘비준동의안 6월 처리’로 입장이 정리됐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들 가운데 합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은 소수였다”며 “개인적으로는 통과를 원하지만 선당후사(先堂後私)다. 차기 원내대표단이 처리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임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한·EU FTA를 양당 간 밀실야합으로 졸속처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농성 중이던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3당은 오전 9시20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연대를 깬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2008년 12월 18일 해머·전기톱 등이 동원된 폭력사태 끝에 상정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번역 오류 등의 이유로 2년4개월 만에 철회했다.

김원철 유성열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