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3당, 與와 처리 합의했던 박지원 강력 비난

입력 2011-05-04 22:02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야권을 강타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은 4일 민주당이 박지원 원내대표 주도 아래 비준안을 처리하려 하자 “야권연대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노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참여당 유성찬 최고위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중앙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4·27 재보선 승리의 배경이자 목표를 제시했던 야권연대의 정신과 정책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야3당은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전면적 검증 없는 한·EU FTA 비준안 저지’를 약속한 재보선 정책연합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더 이상의 야권연대를 기대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결국 민주당은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수차례 의원총회를 연 끝에 비준안 처리 반대로 돌아섰다. 그러나 내부 격론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곪았던 노선 갈등이 터져 나왔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9명 가운데 7명이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문을 열고 나와 “한·EU FTA는 당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며 “한나라당을 대체하려는 대안 정당으로서 (비준안 처리는) 있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의총에서도 “야3당과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비준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제창 의원은 “왜 꼭 오늘이어야 하느냐는 처리시기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신학용 송민순 김동철 홍영표 정장선 의원 등은 “여야 원내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합의한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 “최소한 안전장치는 했다”며 찬성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협상을 주도한 박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가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반대만 하면 되지만 민주당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면서 “야권 연대·연합도 필요하지만 책임 있는 민주당의 모습도 필요한 것 아니냐”고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장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손 대표는 의총 말미에서야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대표가 농성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야4당 정책합의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여야 합의안을) 통과시켜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보선 승리 이후 줄곧 강조한 야권통합 논의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