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항공사 자체 음주 적발 全無?

입력 2011-05-04 18:36


‘항공사 자체 음주 측정은 하나마나?’

3일 운항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기장의 음주 사실이 적발되면서 현재 항공사마다 자체적으로 실시 중인 음주 측정이 무용지물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국토해양부 항공자격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기장 및 승무원의 음주 측정 결과, 항공법상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치(0.04%)를 초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음주 사실이 적발된 건 국토부에서 파견된 감독관의 불시 점검에 따른 것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운항기술기준(국토부 훈령)에 따라 매년 기장, 객실승무원 등 분야별로 전체 인원의 5% 범위에서 운항 전 무작위 음주 측정을 실시한 뒤 결과를 국토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국토부에 접수된 음주 적발건수는 지금까지 ‘제로(0)’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장 등의 음주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항공사 이미지는 물론 인력(기장) 수급·관리 문제까지 경영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항공사 내부적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009년부터 불시 점검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점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불시점검도 4000명이 넘는 국내 조종사들의 음주 여부를 완전하게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있으나 마나 한 항공사 자체 음주점검을 그대로 놔두는 것 역시 정부의 책임 방기가 될 수 있다. 이미 항공 업계에서는 “업무 특성상 타지생활이 잦은 기장들 중에는 운항 당일에도 술이 덜 깬 경우도 더러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