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동 방과후 생활 ‘인천 산곡아동센터’… “공부·특기교육·놀이 재미있어요”

입력 2011-05-04 21:49


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산곡1동 산곡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 15명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밖에까지 새어 나왔다. 기다란 앉은뱅이 탁자 3개가 놓여진 한쪽 방에선 여자 아이 두 명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쉴 새 없이 재잘댔다. 다른 한쪽에선 아이들 일곱 명이 핸드벨을 들고 ‘도레미 송’ 연주에 몰두했다. 30분 뒤엔 줄이 네 개인 작은 기타 ‘우쿨렐레’를 연습했다.

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저소득층 아동의 방과 후 생활을 돕는 곳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가지 못하고, 일하러 나간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저녁밥도 굶으며 밤늦게까지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본다. 전국에 3690곳이 있다. 이용 아동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2004년 문을 연 산곡센터에는 초등학생 15명과 중학생 5명이 등록돼 있다. 아이들에게 산곡센터는 방과 후 떠돌지 않고 맘 편히 놀 수 있는 놀이터다. 학교 수업을 보충하고 특기활동을 배우는 도서관이자 학원이다.

오후 5시30분,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조리실 문 앞에 재빨리 줄을 섰다. 반찬은 된장국, 동그랑땡, 멸치조림, 김치, 김. 떡볶이도 나왔다. 김연숙(50·여) 센터장은 “처음 온 아이들은 몇 달은 오랫동안 지속된 허기를 채우려는 듯 어른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체격도 키도 작은 초등학교 3학년 상민(남·가명)이가 눈에 띄었다. 상민이는 2년 전 이혼한 아버지와 살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아버지는 새벽 2시가 넘어야 귀가한다. 상민이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아버지가 올 때까지 완전히 방치됐다. 단칸방에서 TV만 봤다. 아침밥은 굶고 저녁밥은 건너뛰기 일쑤였다.

윤진선(33·여) 복지사는 “상민이는 두 달 전 센터에 왔는데, 시계 읽는 법을 처음 배우고 저녁밥도 제때 먹으면서 위축된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오후 6시 중학교 1학년 소정(여·가명)이가 중간고사 공부거리를 들고 센터에 들어섰다. 기다리던 독서지도 강사가 다음날 치를 국어시험 공부를 도와줬다. 센터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간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어서였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을 더 받고 싶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부 보조금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후원과 자원봉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4일 산곡센터 아이들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볼쇼이 아이스쇼를 관람했다. 센터가 준비한 어린이날 선물이었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이 어린이날 모처럼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