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감원] “평균 연봉 9000만원 받는 사람들이… 퇴직 앞두고 보직 관리하는 간부 있을 것”

입력 2011-05-04 21:37


이명박 대통령의 4일 금융감독원 질타는 비판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저축은행 사태가 처음 터질 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데 갈수록 사태가 커지고 감독기관의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면서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공정 사회’라는 이 대통령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데다 가진 자들이 영업정지 직전 예금을 인출하고 이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정보를 유출했다는 설까지 제기되자 친서민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전 8시쯤 집무실에 출근하자마자 관계 수석들을 불러 “직접 금감원에 가서 내 생각과 의지를 전하겠다”고 말한 뒤 오전 9시52분쯤 여의도 금감원 9층 회의실에 도착했다. 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은 20여분간 권혁세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간부 30여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분노’ ‘슬픔’ ‘조직적 비리’ ‘용서 받아선 안 된다’ 등의 표현이 쏟아졌다. 권 원장은 답변할 겨를도 없었고, 금감원 간부들은 망연자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부들은 한숨만 내쉬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권 원장의 현황 보고가 끝나자마자 “사전예고 없이 방문하게 됐다. 좋은 일로 방문한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의 관행적·조직적 비리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1500여명 직원 평균임금을 따지면 9000만원 가까이 될 것”이라며 “그런 연봉 받는 사람들이 끝나고 나서 경력을 올바르게 이용하지 않았다. 불행히도 여러분은 그동안의 경륜과 경험으로 대주주 비리에 합세했다”고 지적했다.

전직 금감원 직원의 이메일도 소개됐다. 이 대통령은 “전직 금감원 출신이 나에게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며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부터는 다음에 갈 자리를 위해 보직 관리를 하는 관습이 있다. 이제 자백을 합니다’는 내용이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도 보직 관리에 들어간 간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리를 저지른 대주주와 경영자, 일부 합세한 공직자는 검찰에서 법에 의해 철저히 조사가 될 것으로 알고 있으며, 또한 감사원이 여러분의 조직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엄벌을 예고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