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순교자 빈 라덴” 곳곳 추모… 각국, 공관 비상경계령
입력 2011-05-04 18:16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사이에서 미군에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보복 테러로 이어질까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빈 라덴은 순교자”=빈 라덴을 추모하는 기도회가 파키스탄 라호르와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열렸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호르는 이슬람 무장단체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하르툼에서 빈 라덴은 1990년대 5년간 머물렀다. 기도회 참석자 수천명은 빈 라덴을 ‘순교자’로 불렀다. ‘미국에 죽음을’ 등 반미 구호도 외쳤다. 파키스탄 강경단체 ‘자마트 우드 다와’는 시신 없이 장례식을 치르려 했으나 현지 경찰에 제지당했다. 이집트에서도 그를 ‘순교자’로 부르는 이슬람 성직자가 나타났다.
중동 언론들은 추모 열기가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르단 일간지 ‘알아랍 알야움’은 “빈 라덴 추종자들이 복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메일로 부베예 마이가 말리 외무장관은 “빈 라덴의 죽음으로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연계조직인 AQIM이 더 활개를 칠 수 있다”고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상 걸린 서방=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서방 국가는 해외 공관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특히 파키스탄 주재 자국 대사관들을 겨냥한 테러를 걱정했다. 미국은 먼저 파키스탄 대사관 업무를 중단시켰다.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에게 파키스탄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 미국 일간지들은 ‘미국인은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의 기사를 실어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테러범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법”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슬람 강경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한 동남아시아 각국도 테러에 대비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주요 지역에 군을 배치했다. 주말인 오는 7∼8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축제 분위기 이어져=미국인들은 테러를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빈 라덴 사망을 즐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 9·11 테러 장소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를 찾아 빈 라덴 사망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임기 내내 빈 라덴을 뒤쫓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행사에 백악관 측 초대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퇴임 뒤 주목받는 게 싫다는 입장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에 비해 9% 포인트 상승한 56%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은 오바마가 빈 라덴 사망 사실을 발표한 지난 1일 밤 연설을 5650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은 미군과 정보기관에 찬사를 보내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표결에 참석한 97명 의원 전원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