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못믿을 배신자” “주권 침해”… 날 세운 美-파키스탄

입력 2011-05-04 18:16

대(對)테러 전쟁 협력자인 미국과 파키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 인지 여부를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뭔가 감추고 있다고 의심하고, 파키스탄은 이런 미국의 행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증거 없지만 의심스러워=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관리들은 파키스탄이 빈 라덴에게 정보를 흘려 작전을 망치게 될까 걱정했다”면서 “이런 판단 때문에 처음부터 파키스탄과 공조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제대로 해명하라”며 몰아세우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몰랐다면 왜 몰랐는지, 왜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방관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4일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파키스탄 정보요원들이 빈 라덴을 추적하려는 미국과 러시아의 시도를 차단하며 빈 라덴을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막무가내인 미국에 화나=파키스탄은 미국이 주권을 침해했다는 데 비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파키스탄 승인 없이 작전을 벌인 것은 승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은 이런 작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안에선 반미 시위 조짐도 있다. 지난 2일 저녁 파키스탄 중서부 퀘타에서 수백명이 빈 라덴을 추모하며 성조기를 태우는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 앞에서도 3일 수백명이 “빈 라덴은 살아 있다”고 외치며 미국을 겨냥한 시위를 벌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