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 ‘안방’서 망신살… 경주 세계선수권, 나흘째 ‘노골드’ 수모

입력 2011-05-04 21:26

자동 채점되는 전자호구 때문일까. 실력 차일까.

한국이 제20회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부진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남녀 8체급씩 16체급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남자 3체급, 여자 5체급 경기가 끝난 4일 현재 남녀 아무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채 여자부에서 건진 동메달 3개가 전부다.

아직 절반의 금메달이 남아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부진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남녀 종합우승을 놓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부진의 원인이 전자호구 적응 실패라는 주장은 2009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제대회에서 처음 시도된 전자호구 채택으로 한국은 종주국 프리미엄을 잃었고 당시 여자팀은 중국에 처음 종합우승을 내줬다.

국내도 2009년부터 전자호구를 채택했지만 국제무대에서 사용하는 전자호구와 달랐다. 국제무대에서는 WTF가 공인한 ‘라저스트’사 제품을 사용하지만 국내는 ‘KP&P’사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라저스트 제품이 센서가 감지하는 타격 면적을 중요시 한다면 KP&P사 제품은 일정 강도가 넘어야 점수화된다. 이처럼 다른 전자호구 특성 때문에 태권도 기술개발도 달랐고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란 주장이다. 라저스트 제품은 강한 타격이 필요 없기 때문에 돌려차기 같은 전통적인 기술 대신 ‘앞 들어차기’ 같은 기술로 기회를 엿보다 3점이 주어지는 얼굴차기로 이어지는 기술이 이번 대회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대한태권도협회는 대표선수 훈련에만 라저스트 제품을 사용할 뿐 국내 대회서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한국의 부진이 실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선수를 만나면 외국 선수들이 위축됐지만 최근 들어 한국 선수도 해볼 만한 만만한 상대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8년부터 중국대표팀 기술 감독을 맡고 있는 이동완씨는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 한국 선수를 만나도 외국 선수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 양진방 사무총장은 “이제 우리도 종주국이라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앞으로 외국의 오픈대회에도 협회 예산으로 선수를 파견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자 57㎏급의 우승후보 임수정(25·수원시청)은 준결에서 중국의 허우위줘에게 1대 5로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경주=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