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고 적자 냈다고 상주나… 부실 지방공기업 무더기 포상 물의
입력 2011-05-04 17:55
SH공사와 부산교통공사, 인천메트로 등 부실 공기업 임직원들이 대거 정부 포상을 받아 빈축을 사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지방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에 앞서 지방공기업 24곳과 유공자 115명에 대해 공기업 발전에 기여했다며 포상했다.
대구시 환경시설공단 김돈희 이사장과 서울시 SH공사 2급 간부 황상하씨가 대통령 표창을, 부산교통공사 안준태 사장과 인천메트로 이광영 사장, 용인도시공사 김길성 사장은 각각 행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경영혁신을 모범적으로 추진한 지방 공기업에게 포상을 통해 격려한 것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방 공기업 부채는 2005년 12조원에서 지난해말 46조3591억원으로 5년새 4배 가까이 급증, 지방재정 부실화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공기업에 대한 포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부 공기업에 대한 포상 근거는 납득하기 어렵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도시철도 수송인원이 전년대비 2.6% 증가했고, 국내 최초 무인 경전철을 운영해 연간 8억5500만원을 절감한 공을 인정받아 경영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1182억원의 적자를 기록, 2008년(862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37.1% 증가했다. 공적으로 내세운 무인 경전철은 지난 3월 30일 개통 이후 한 달새 모두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승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거장에 멈추지 않고 무정차 통과했는가 하면, 종합제어장치 고장으로 선로에 갑자기 멈춰 승객들이 스스로 출입문을 열고 탈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종합만족도는 81.85점으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전체 공기업 평균인 82.43점에도 못미쳤다. 이번에 경영대상 노사화합 특별상을 받은 인천메트로 역시 지난해 3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종합만족도 평가점수는 81.57점으로 최하위권이었다.
고객만족 부문 경영대상을 받은 용인도시공사는 지난해 행안부로부터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을 지적받은 공기업이다. 용인도시공사의 전신인 용인지방공사는 직제상 본부장을 둘 수 없는데도 본부장제를 운영했고, 지나치게 많은 교육예산비를 사용했다가 행안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용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1월 7명의 직원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사실이 시 감사 결과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결국 두 기관은 행안부의 통·폐합 권고에 따라 지난 3월 용인도시공사로 새로 출범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종합만족도 조사에서 5개 광역지자체 시설관리공단중 4위를 기록했고, 2008년 조사에서는 꼴찌였다.
한편 행안부는 이날 워크숍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12곳에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또 경영평가 등급을 현행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고, 최하위 등급 공기업에는 성과급을 주지 말도록 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