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아이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11-05-04 17:52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법을 잘 모른다. 잘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 조사에서 한국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외국에서 같은 내용으로 조사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이다. 65.98점이 나온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한국 다음으로 낮은 헝가리(86.7점)와도 무려 20점이나 차이가 났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113.6점)보다 47.6점 낮고, OECD 평균(100점)에선 34점이나 모자랐다.
이 조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은 교육성취도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교육’ ‘행동과 생활양식’ 항목에서는 OECD 국가 중 1위, ‘물질적 행복’은 4위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주관적 행복지수에서는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물질의 풍요로움과 비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어린 학생들의 인식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세계에서 으뜸 갈 정도로 자녀들에게 헌신적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등골 빠지도록 해줬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런 지나침이 자녀들의 행복감을 지우는 대표적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학업성취도와 생활양식이 1위이면서 행복감이 꼴찌라는 사실이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가. 강요된 공부, 원하는 것은 다 사주는데도 삶의 여러 지표가 통합되지 않고 분절돼 있는 일상…. 이런 언밸런스가 행복감을 빼앗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현격한 차이는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미래의 위험도를 경고하는 것이다. 윗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 부모와 교사들은 더 성취하도록 채근하는 것을 줄이고, 학생들이 가정·학교·사회에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어렵거나 불편한 것을 극복하는 힘도 길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