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정·관계로 확대
입력 2011-05-04 21:5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칼날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의 비자금 향방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 수사 1라운드에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분식회계 등 총체적 비리를 규명했다면 2라운드는 저축은행이 장기간 부패할 수 있었던 배경과 경영진이 빼돌린 자금의 용처를 파헤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감독 당국 유착 의혹 수사 박차=검찰은 4일 저축은행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던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와 저축은행의 검은 거래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한 은행에 동일한 검사 인력이 수시로 파견돼 온 만큼 유착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2001년부터 상호저축은행법을 어겨가며 부동산 시행 사업을 시작했고, 금융감독원은 은행 사무실에 수십일씩 상주하며 수십 차례 검사를 벌였는데도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검찰은 금감원 현장 조사역 등 관련자 10여명을 1차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소된 금감원 출신 부산저축은행그룹 상근감사 4명이 유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는지도 파악 중이다. 검찰은 저축은행 정기·부분검사 과정에 금감원 고위층의 무마 압력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이 차명을 이용한 위장 업체에 5조3400여억원을 대출하는 동안 감독기관이 몰랐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금감원 부국장 출신으로 현 KB자산운용 감사인 이모씨가 금감원에 재직하던 2009년 보해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잡고 체포에 나섰다. 최근 몇 달 새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기소된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이 10여명에 달한다.
◇위장 회사에 유입된 돈, 향방 추적=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설립한 120개의 위장 특수목적회사(SPC)에 유입된 돈의 향방을 쫓는 중이다. 이들 SPC는 그룹 계열 5개 저축은행으로부터 4조5942억원을 부당 대출받았다. 검찰은 은행 경영진이 본점 직원을 통해 SPC를 직접 지배했던 만큼 장부 조작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기 용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이 5200억원 이상 쏟아부은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